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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신문] 
 

 토호권력 깨야 자치 살아난다 
지역민주주의로 패러다임 전환을 

 
 
 

작성날짜: 2004/07/26 이재환기자 

 
 

 
지역민주화가 떠오르고 있다. 중앙민주화에 이은 핵심과제다.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결하려면 필수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분권과 자치는 어떤 수준일까. 
 
개발위주 풀뿌리, 지역민주화 역행 

"부산보고 야도(야당도시)라 카는데 사실은 '야구도시'의 야도인기라." 부산토박이
항만노동자 김한영(35)씨는 부산의 정치의식을 이렇게 비꼰다.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은 분명 달라졌다. 반공·보수 지역정서로
선거때만 되면 유권자의 눈총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견제세력이 미미하다보니 지역 정치엘리트들은 개혁 압박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패권적 스타일을 선호할 정도다. 

'100% 완벽한 미래첨단도시'를 테마로 부산시가 추진하는 '센텀시티'사업은 특혜의혹과 불법적인 용적율
변경 등 각종 비리를 양산하고 있다. 게다가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이자만 매일 6천5백만원씩 나가는 3천8백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센텀시티 외에도 부산관광개발(주) 부실과 아시아드 컨트리클럽 특혜매각 시비, 안상영 전 시장 자살까지
부른 동성게이트, 주민 동의없이 넘쳐나는 유료도로 등은 브레이크 없는 시정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처럼 개발에만 전념하는 부산의 시정은 지역의 민주화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 당초 7억5천만원으로 책정된
부산 민주공원 예산은 지난해 말 부산시의회 정기회의에서 사업예산 일체가 기습적으로 삭감됐다. 

지난해 마산시는 가곡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친일행적을
들이대며 거세게 반발하자 마지못해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그 뒤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데 시는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친일세력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 권력이 친일인물기념을 통해 기득권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입니다. 인물선정에 정당한 기준은 아예없는 것이지요. 단지 유명인사란 이유로 기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해만을
고려했다는 의혹입니다. 지역관료의 비민주적 행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입니다." 김도훈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지적이다. 

토호권력·'기득권'지자체의 한계 

'보수의 도시' 대구는 지역정권 재창출에 목숨 건 정치인들의 집합소이다. 방만한 시정, 폐쇄적인 지역정서,
시민없는 시민운동 등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는 총체적 난관에 빠져있다. 군사정권 이후 권력의 수혜를 받으며 체득한 폐쇄성과
연고주의, 보수이념의 과잉에 빠진 채 지역민주화라는 선행 과제를 풀어가지 못하고 있다. 윤종화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보수지배구조를
개혁한 건강한 시민사회를 육성하지 않는 한 지역혁신은 어렵다"고 밝힌다. 

5·18을 통해 지역 민주화를 경험한 광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역시민사회가 평소에는 관료사회와
지역 기업들에 대해 비판하다가도 선거 때만되면 '관료가 유능하다', 'CEO형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로 기운다. 지역의
사회활동가들도 뾰족한 수를 못찾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지역에 출마한 후보공약을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민주주의 발전이나 인권, 평화
대신 개발논리와 지역경제 살리기가 전부다. 최정기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권력구조가 바뀌지 않아서 그렇다"라며
"사회운동가들은 5·18이후 약화된 권력의 충원대상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행정수도 이전 등 지방분권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분권의 기본취지인 주민이 없다. 그러다보니 중앙의 일방적 나눠주기 뿐이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도 중앙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중앙에 예속돼 있는 소수지방패권주의로는 희망을 찾기 힘들다. 

주민참여가 개혁 첩경 

<시민의신문>이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시민운동가 2백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치·분권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응답자의 46.3%가 '기득권층 또는 토호세력의 방해'라고 답했다.
다음 이유로 응답자 28.1%가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부족'을 꼽았다. 외부적 문제만큼이나 시민사회 내적 각성이 필요하다는
자각이다. '시민 자치 참여도'를 묻는 10점 척도 응답에도 평균 4.8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매겼다. 

또 '자치단체가 가장 중요히 여겨야할 정책방향'으로 43.8%가 '자치민주주의 활성화'를 들었다. '지역주의가
자치분권으로 해소될 것으로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47.7%가 '적극 해소 또는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치분권이
국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은 86.7%에 달한 반면 '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간 협력이 안되고 있다'는
의견도 74.9%나 됐다. 

민주주의 완성의 핵심 중 하나는 자치와 분권이다. 자치·분권이 성공하려면 '지방에 결정권을', '지방에
세원을', '지방에 인재를' 이라는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참여·자율의 원리가 구현돼야 지방가버넌스는 가능하다. 

지역 민주화를 위해 한국과 비슷한 분권의 과정을 거친 외국의 사례도 점검 대상이 된다. 브라질 포르토알레그레의
경우, 노동자당이 지방권력을 잡은 이후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참여예산제를 도입하고 주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빈민간
도로정비, 하수도 공사 등을 우선적으로 실시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도시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공고한 실현을 위한 지역 민주화 운동과 기득권 지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 시민사회·관·기업간
거버넌스(공치) 구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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