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장 '시민을 거지로 만드는 짓' 붙어라 붙어! 야! 3번 달리라니까 X야~ 10일 창원경륜장에 들어선 순간 들려오는 첫 소리였다. 경기는 단 5분 정도,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배팅이 성공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들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벽에 기대어 곧 쓰러질 듯한 한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손끝이 갈라지고 모습이 초라해 보였고, 특히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는 손에 경륜장 배팅 표만을 꼭 쥐고 있었다. 대체 경륜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경륜장 벽의 ‘즐기면 기쁨 두배 과욕은 슬픔 두배’라는 표어 주변으로 사람들은 20명~30명씩 그룹으로 모여 경기를 지켜보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바닥에 엎드려 출주표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직접 배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경륜장에 1년 반을 다니며 집 한 채를 잃었다는 김 모씨(50대)는 “경륜장은 시민 거지 만드는 짓”이라며 말을 이었다. 김 모씨는 한판에 10만원씩 하루 13판, 일주일에 3번 모두 참여하고 있다는 말에 따르면 한달에 1천5백만원이 넘어가는 돈이다. 그는 “시가 전체 배팅액의 30%를 가져가는데 이것은 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고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대전 경륜장 건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절대로 안된다”며 “돈을 벌기 위해 시민들을 거지로 만드는 그런 사람은 시장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전 생각에 이것을 그만 둘 수 없다”며 한숨 섞인 말을 덧붙였다. 다른 30대 남자는 “경륜이 정말 스포츠라면 실력으로 승부가 결정되고 또 우수한 선수들도 있겠지만, 판마다 승부가 다를 수 있겠느냐”며 승부조작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또 “배팅액도 제안을 하지만 형식적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남편을 따라 어린 아들과 함께 나온 한 주부는 “남편이 다른 것은 안하는데 경륜장에는 꼭 온다”며 “결론적으로 경륜장 같은 것은 없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매일 이곳에 와서 사람들을 지켜본다는 이 모씨(60대)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이혼한 사람들도 많다”며 “특히 지난번에는 이곳 화장실에서 자살한 사람도 있었다”며 말을 이었다. 특히 그는 “일확천금을 얻겠다고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이 큰 문제”라며 “어떤 이는 신용카드 15장까지 가지고 다니며 경륜을 하는 사람도 봤고, 정말 한국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부는 어버이날 받은 용돈을 가지고 와서 날렸다며 자주 아이들이 준 용돈을 가지고 와서 한다고 설명했다. 12,000여 석의 창원 경륜장은 초기에는 한 판에 10억이 넘게 걸렸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2억~3억 정도이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3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창원에는 거지들이 많다며 창원 경륜장에서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경륜장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경륜이 건강한 레포츠라는 주장과를 어울리지 않게 입구마다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고 실내에서는 촬영이 전면 금지되어 있다. 또 사람들은 모니터를 마냥 바라보고 경기가 없을 때는 땅 바닥에 엎드려 출주표에 몰두하는 등 단순히 레포츠를 즐기는 분위기와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