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1} 이라크에서 저항단체에 피랍됐던 가나무역 김선일(33)씨가 온 국민의 생환 염원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사체로 발견됐다. 정부는 23일 새벽 김선일씨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신봉길 외교부통상부 대변인은 23일 새벽 2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불행한 사실을 전하게 되어 가슴아프다”며 “22일 한국시각으로 밤 10시20분, 현지시각으로 오후 5시20분께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방향으로 35㎞ 지점에서 동양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고 미군 당국이 현지 공관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현지 공관은 이를 한국 시각으로 밤 11시께 본부에 보고해 왔다”며 “현지 공관은 주이라크 대사관에 전자우편으로 송부된 시신의 사진이 김씨로 확인됐다고 45분 뒤 본부에 추가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현재 주이라크 영사 및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시신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이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23일 새벽 2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협의했다.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를 납치했던 이라크 무장세력은 22일(현지시간) 진행된 석방교섭에서 한국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파병철회와 관련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가 이것이 수용되지 않자 김씨를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현지의 정통한 소식통은 “김씨를 납치하고 있던 단체가 22일 진행된 석방교섭 과정에서 석방교섭 시작을 위한 모종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납치범들은 당초부터 돈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정치적 조직이었으며, 김씨의 석방교섭을 위한 예비조건으로도 돈 문제가 아니라 파병 철회에 관한 언급을 하면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23일 피랍된 김선일씨가 끝내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한 김씨의 부모 김종규씨와 신영자씨가 오열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 소식통은 이어 “이 조건은 한국 정부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었으며, 이에 따라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를 억류중인 납치범들이 ‘요구시한’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진 뒤 얼마 안돼 등 미 주요 언론들은 긴급 뉴스로 처형소식을 전했다. CNN은 22일 오전(현지시간) 알 자지라를 인용, 한국인 인질이 처형됐다고 전하면서 켄 로빈슨 군사전문기자 등을 출연시켜 그의 죽음과 이라크 추가파병, 참수테러 파급효과 등을 심층분석하는 등 관련 기사를 신속하게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그들은 기도하고, 시위하고, 이메일을 보내, 또 외쳤다’며 김선일씨 인질사태와 관련해 김씨 가족들의 분위기와 석방촉구 및 이라크 파병반대 촛불시위 등 소개했다. <타임스>는 카타르주재 대사가 알 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인질범들에게 김씨의 석방을 촉구하고 바그다드주재 미 관리들 또한 김씨의 석방을 위해 협력했지만 김씨 인질사태는 이라크파병을 지지해 온 이들까지 잠해, 2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닷 컴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8.9%가 추가파병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유강문 이제훈 기자, 연합 m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