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아띠’는 아시아 지역사회의 구체적인 과제와 직접적으로 만나 지속가능한 아시아를 꿈꾸는 한국 대학생 해외봉사단이다. 1개월의 국내훈련을 거쳐 5개월간 아시아 7개국으로 파견되어 국제자원활동을 하게 된다. 이 중 태국으로 파견되는 라온아띠 10기 태국팀의 지역 NGO인턴십이 지난 7월 16일부터 3주간 대전에서 진행되었다. 라온아띠 10기 태국팀의 3주간의 지역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조수진 대원에게 들어보았다.
좋았다, 힘들었다, 재밌었다, 기뻤다… 지난 3주는 희노애락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지금 내게 가장 강렬하게 남은 감정은 ‘보고 싶다 그리고 그립다.’ 지난 3주 지역훈련은 교육, 봉사, 사상 이런 거창한 것들 보다는 내게 ‘사람’을 남겼다. 대전YMCA 사람들, 태국어 선생님 루키, 캠프마다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 팀.
지역훈련을 위해 대전을 향하는 기차에 타기도 전 우리가 받은 첫 과제는 우리가 직접 요리 할 3일 아침식단을 짜오라는 것이었다. 전체 훈련에서 저탄소 식단, 팀 미션에 길들여져 있던 탓인지 아침식단도 ‘뭔가 있을 것이다!’란 생각에 어떤 식단이 저탄소일지, 간편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처음 뵌 전홍수 간사님은 “너네가 태국에 가서 먹고 살 수 있는 음식을 해야 한다”며 “저탄소, 간단한 음식이 아닌 실용적인 음식 재료를 사라”고 말씀하셨다. 첫 과제부터 우리가 너무 어쩌면 쉽게 어쩌면 너무 어렵게 생각한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지역훈련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그저 느낌이 아닌 현실로 이뤄졌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 이어진 일정에 심신이 지쳤다. 우리를 깊은 늪에 빠뜨렸던 장구 수업부터 성조가 5개나 있다는 태국어 수업, 지역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캠프까지 정말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일정을 수행하고 보고서를 쓰는 데 있어서 팀 내의 문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기는 수많은 관계에 대한 고민이 나를 그리고 우리를 힘들게 했다.
캠프를 통해 5세부터 19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어떻게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지, 어떻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캠프 중 한부모 가정 아이들과 함께한 캠프가 있었다.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라는 편견을 갖지 않고 아이들과 어울리려 했고 마음을 여는 아이들을 보며 처음에는 ‘됐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오만한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심을 몰라주는 아이들에게 화도 나고 자포자기 상태도 됐다. ‘대체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사실 이는 아직까지도 열지 못한 자물쇠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활동들을 통해 사람이 남았고 사람을 위한 고민도 생겼다. 캠프를 통해 만났던 YMCA 고등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게 됐고 YMCA 간사님, 선생님들에게 YMCA만의 가치와 삶의 가치를 배웠다. 그리고 진짜 팀이 됐다. 지역훈련 활동 기간에 수없이 팀에 대한 고민을 나눴고, 다퉜고, 화해했다. 이런 과정과 고민은 앞으로 5개월 동안 지속되겠지만 이를 통해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앞으로 해야 되는 고민, 내가 고쳐야 할 부분 등 고민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러나 이런 고민들 중 가장 우선 시 해야 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고민임을 배웠다. 간사님이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 있다. “너네는 어려운 건 쉽게 생각하고 쉬운 건 어렵게 생각한다.” 이 말속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앞으로 겪을 5개월은 “가서 사는 것” 혹은 “어울리는 것”이란 어쩌면 쉬운 답이겠지만 우리가 앞으로 만날 사람들과의 관계는 우리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할 난제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