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건설본부, 정말 '복마전'인가 한국 전성우 기자...건설본부 비리 의혹 특종보도 대전시 사업부서, 불똥 튈까 '전전긍긍' 대전시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일보 전성우 기자는 12일자 10면에 "대전 지하철건설본부는 '복마전'"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시공사와 대전시 간의 검은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간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시공사 직원들이 일정액씩 전달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특종 보도했다. 전 기자는 또 지난달 30일 계룡육교 붕괴로 인한 새마을 열차 탈선사고를 취재원으로 삼았다. 사고가 터진 직 후 재발방지 조치는 도외시 한 채 금품과 향응 제공이라는 검은 거래를 감추기에 급급한 대전시와 지하철건설본부를 꼬집으면서 감사나 문책 움직임이 없는 대전시의 사후 대책을 지적했다. 이 기사가 보도된 이후 대전시는 사실 관계 확인과 대책 마련으로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도 전 기자에게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정보 제공을 부탁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전시, 지하철 본부 진위파악 '부산' 특히 시청의 사업 관련 부서는 불똥이 자신들에게로 튈까 우려하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취재의 직접 대상이 된 지하철 건설본부는 이날 초상집 분위기 속에 사태 확산 방지를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내부적으로 입 조심을 시키면서 일부 언론사에 전화로 기사를 받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는 가하면 직원들이 '잘못된 기사'라며 전방위 방어에 나서고 있는 등 파장 최소화에 고심하고 있었다. 기사의 파장이 다소 가라 앉은 오후에도 사건의 진위 파악과 정보 유출 경로를 찾느라 긴장감이 뭍어났다. 계룡 육교 붕괴 사고로 인해 직원 사기가 땅에 떨어졌는데 한국일보의 보도로 '엎친데 덮친격'이 되었다는 반응이었다. 기사의 내용처럼 회의를 소집한 적도 없으며 "단지 감사나 경찰 수사를 대비하라는 지시정도만 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또, 일부에서는 "관련서류나 장부를 깨끗이 정리하라는 지시가 뇌물이나 향응 관련 서류를 정리를 하라고 한 것으로 와전 돼 잘못된 기사가 나왔다"라며 기사의 정확성을 부인하는 역정보를 흘렸고 사태 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시의적적하고 내부문제를 잘 꼬집은 기사라는 반응과 함께 "오랜만에 제대로 된 기사가 한 건 나왔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물론 일부에서는 그동안 관급 중심의 홍보성 기사로 일관했던 안일한 자세를 스스로 추스리기도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잘 지적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전성우 기자는 "누구를 겨냥해 쓴 것이 아니라 인재(人災)를 유발하고도 치부 가리기에 급급한 대전시의 사고 처리 행태를 지적하고 싶었다"며 "기사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결정적인 사실관계를 확보하고 있지만 대전시의 자발적인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 기자는 "지금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며 인터뷰를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인터뷰를 고사했다. 기사가 나간 12일 오후 사진촬영을 위해 전기자와의 만남을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사진은 출입기자 명단에 있는 것을 게재했다. 이 보도로 인해 기자의 입장과 취재 경위, 그리고 기사화하지 못한 이면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기사화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양해와 함께 밝힌다. 다음은 전성우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좋은 기사라는 평가다. 기사의 반향이 매우 크다. 반응은 어떤가? "아침부터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 물론 대전시나 지하철 건설본부 관계자들이 주로 많다. 기사에 대한 항의나 오보라고 주장하는 전화들이 걸려온다. 또 경찰이나 검찰, 언론사들은 수사나 취재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fact)를 요구하고 있다. 좋은 기사인지 여부는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기사에는 금품이나 향응 제공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fact)가 제시되지 않았는데. "정확한 팩트는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로 인해 제보를 해준 분이나 선의의 피해를 입을 사람들이 발생할 수 있어 적시하지 않았을 뿐이다. 간혹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보 제공자를 색출하는 어처구니 없는 조치를 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찰이나 검찰에서도 '사건을 한번 파 볼까'하는 생각으로 이런 부분들을 확보하기 위해 나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자료를 알려줄 내용은 아닌 듯 싶다" "팩트는 더 있지만 대전시 움직임 지켜보는 중" - 기사의 의도는 무엇인가. "특정 공무원이 처벌 받기를 바라는 의도는 아니다. 사건(계룡육교 상판 붕괴) 직후 대전시가 대응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계속 지켜봤지만,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엉뚱한 조치들이었다. 비슷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안전대책 수립이 아닌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행동들이었다. 아주 실망스러웠다. 만약 특정인의 처벌을 원했다면 경찰이나 검찰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수사기관의 조치를 기사로 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제2, 제3의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대전시의 자발적인 조치를 확인하고 싶었다" - 사건 이후 형사처벌 수위가 낮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지난달 30일 계룡육교 붕괴로 새마을호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행했다. "그렇다. 큰 사고였으며 직접적인 단초를 제공한 지하철건설본부는 7급 공무원만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사고 직후 수사 중간 발표에서는 처벌 대상자가 10명선, 지하철건설본부는 3명 정도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했으나 결국 비간부인 7급 공무원 1명만 불구속 입건됐을 뿐이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는 생각이 들었다" - 경찰이나 검찰로 불똥이 튈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은 수사기관에서 알아서 할 문제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럴 게재의 문제가 아니다" -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은 추이를 지켜보는 과정이다. 사고 직후 보름 가까이 대전시와 지하철건설본부가 보여줬던 행동과는 다른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기를 바라고 있다. 회의를 하고 대책 마련을 강구하는 등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방향인지는 지켜보는 중이다" 상납고리 정형화 돼 있어, 일부 관계자들은 '충격' - 기사에 담지 못한 내용도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얘기해 줄 수 없는가. "그 전부터 지하철건설본부가 '복마전'이라는 얘기는 계속 들어왔지만 정확한 사실을 잡지 못했는데 이번 취재 결과 놀라웠다. 돈을 걷는데 일사분란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기사에서는 입원 얘기만 언급했지만 경조사 등에 상납고리가 굳어져 있다.'과장은 얼마, 소장은 얼마'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금액이 '공식화'돼 있다. 지하철본부가 96년에 출발됐으니 '상납의 틀'이 갖춰져 있을 것이다. 지하철건설본부 내의 깨끗한 사람들도 기관 내부의 병폐를 기사를 통해 확인하고 충격이 심한 모양이다" - 정보는 어떻게 얻었나. "지하철건설본부나 건설 관련 기관에서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건설본부와 관련해서는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됐고 시공사나 감리단, 건설본부 등 내부의 깨끗한 인물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 취재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뇌물수수 사건은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 입을 다물기 때문에 수사기관에게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제보자나 정보제공자들은 있었지만 관련자들은 함구로 일관해 구체적인 팩트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기사를 쓰는 데 있어서도 정보 제공자의 신분이 밝혀지지 않게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는 등 다소 조심스러웠다" - 계룡육교 붕괴와 관련해 대전시나 지하철건설본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계룡육교 붕괴로 인한 새마을호 탈선 사고를 너무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다. 사고 직후 있어야 할 안전점검은 보름 정도가 지난 지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제2, 제3의 사고가 날 수 있음을 도외시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돼서는 안 된다.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 대전시청 기자실 간사도 했었고 대전시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런 의도에서 봐 달라" - 앞으로 후속 기사는. "쓸 내용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전시의 조치를 지켜보겠다. 단순히 공무원들의 처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계룡육교 붕괴와 같은 '코미디 스러운'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전시가 충분한 자발적인 조치를 취했으면 한다.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은 한국일보 10면에 게재된 기사의 전문이다. 전성우 기자 연락처 : 011-274-0682 대전 지하철건설본부는 '복마전' 간부 입원하자 봉투 수북, 본부장은 5년째 장기집권 "시공사와 검은거래"소문, 새마을호 탈선때도 무풍 "책상 서랍을 잘 정리하시오." 대전시 지하철건설본부의 간부는 지난달 30일 계룡육교 붕괴로 인한 새마을호 열차 탈선사고가 터진 직후 각 공구의 시공사 간부를 긴급 소집했다. 안전관리 대책을 지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간 건설회사 관계자들은 엉뚱한 주문만 받고 돌아왔다. 경찰의 수사가 시공사와 지하철건설본부 간의 금품 및 향응 제공 등으로 확대될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각 공구의 현장사무소는 느닷없이 경찰이 들이닥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뇌물 및 향응'의 증거가 될 만한 관련 서류와 영수증을 깔끔하게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는 '다행히'사고 원인을 밝히는 것에 국한됐다. 당초 지하철 건설본부의 간부가 구속될 것으로 전해졌으나 검찰은 웬일인지 7급 직원 단 1명만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초대형 철제빔(길이 36m, 무게 18톤)이 무더기로 철로에 추락, 승객 40여명이 부상한 대형 사고치고는 감독기관에 대한 처벌이 너무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사고가 철거업체가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빔의 지지대를 미리 제거한 것을 지하철건설본부가 알고도 묵인했기 때문에 인재(人災)였기 때문이다. 건설회사가 자신의 직원들보다도 지하철건설본부 관계자들이 사법처리 되지 않도록 구명운동을 하고 다녔다는 후문도 들린다. 지하철건설본부가 복마전이란 소리가 나온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지하철 1호선 건설은 10년간 1조 7,53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전시 사상 최대의 공사. 시는 철저한 시공을 위히 21개 공구를 모두 전문업체에게 감리를 맡겨 책임 감리제를 시행 중이지만 아직도 건설현장의 검은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회식이다, 휴가이다 해서 수십만원씩 받아가는 것은 예삽니다. 한번은 룸살롱에서 수백만원어치 술을 마신 영수증을 던져주며 처리하라 하더군요. 내참, 우리는 땅 파면 돈이 나온답니까." 시공사에서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행태다. 지하철건설본부 6급 직원이 팀장으로 2∼3개 공구를 맡고, 그 밑에 7·8급 직원 2∼3명이 각 공구를 담당하는데 책임 감리제 이후 지하철본부는 이들을 지원업무수행자라고 호칭을 바꿨다. 한 현장사무소장은 "지하철건설본부에서 감리단을 통해 시공사를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직접 시어머니 노릇을 하려다 보니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현장 관계자는 "부실시공과 인재(人災)의 이면에는 시공사와 공무원 사이의 검은 거래가 숨어 있다"며 "이는 먹이사슬처럼 하도급업체로 이어져 현장을 멍들게 한다"고 말했다. 최근 지하철건설본부의 한 간부가 병원에 입원하자 21개 공구의 시공사 외 감리단에서 일정액씩 봉투를 전달했는데 그 액수가 어마어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발족한 대전시 지하철건설본부는 99년부터 신만섭(56) 현 본부장이 '장기집권'하며 이끌고 있다. 대전시에서는 계룡육교 붕괴 사고와 관련, 지하철건설본부에 대한 특별감사나 문책인사 움직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