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시대 낡은 유물…필요한 조항있으면 형법 손질” 문화방송 특별대담 “집값 현수준서 유지” {FILE:1} 노무현 대통령은 5일 “국가보안법은 지금은 쓸 수도 없는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이라며 “국민주권 시대, 인권존중의 시대로 간다고 하면 그 낡은 유물은 폐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국가보안법 폐지 견해를 분명히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문화방송> 시사프로그램 ‘2580’ 500회 특집 특별대담에서 “국가보안법 문제를 너무 법리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의 결단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라를 보위하기 위해 필요한 조항이 있으면 형법 몇 조항을 고쳐서 형법으로 하고, 국가보안법은 없애야 대한민국이 문명의 국가로 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지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인데, 정치권의 보안법 개·폐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발언은 최근 나온 대법원의 보안법 존치 판결문과 헌법재판소의 보안법 일부 조항 합헌 결정에 대한 반박 성격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대선 후보경선 과정에서는 보안법 폐지를 주장했으나, 대선 과정에서는 보안법의 이름과 내용을 바꾸는 대체입법을 공약한 바 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보안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가감없이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며 “실제 보안법 개·폐 여부는 전적으로 국회에서의 논의에 맡긴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대통령의 발언은 헌재와 대법원의 국가보안법 존속 필요성 의견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임태희 대변인도 “대통령은 대법원의 판정뿐 아니라 ‘자신을 부활시킨’ 헌재의 판정도 이제 무시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이나 과거사 같은 일들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고, 서민경제나 챙기라”고 논평했다. 반면,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우리당의 가장 중요한 당원으로서 노 대통령의 말은 중요한 참조 의견”이라며, 적극 수용할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해 “이것은 미국 스스로의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금 우리 한국에게도 나쁘지 않은 변화”라며 “한국이 너무 오래 남에게 기대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출자총액 제한 폐지 문제에 대해 그는 “(재계에서) 고쳐달라고 하는 출자총액 제한제를 안 고쳐줬는데, 그것 때문에 투자가 안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기관에서 나와 있다”고 말해, 재계의 폐지 주장에 반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적어도 일반물가나 금리 수준 이상으로는 절대 올라가지 못하게 묶는다는 게 확고한 방침”이라며 “그러나 부동산값을 내리게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백기철 김영배 기자 kcbae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