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어 맞이하는 봄. 거대 권력이 무너지던 3월 31일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와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고 너무나 길었던 수학여행은 1081일 만에 끝이 났다. 잊지 않고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올 해도 청소년YMCA 회원들은 416노란버스를 타고 새벽같이 안산으로 향했다. 한국YMCA전국연맹과 안산416시민연대가 주최한 이번 3주기 추모대회는 4월 16일 부활주일에 안산 화랑유원지(분향소)에서 열렸다.
10시부터 시작된 세월호 3주기 한국YMCA회원 추모예배는 “주여! 주예수여! 저를 기억하소서!”라는 주제의 부활절예배로 진행됐다. 7개의 묵상과 함께하는 찬송과 기도로 이루어진 예배는 삼일 만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빛으로 어둠을 이기셨듯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나 부활의 기쁨이 세월호와 아픔을 함께 나누는 모든 이들에게 가득하기를 기도했다.
예배를 마친 청소년들은 “가자! 416청소년만민공동회” 장소로 이동해 그동안 풀어내어도 들어주지 않았던, 사회를 향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를 맡은 김제동씨는 “제가 오늘 가타부타 얘기할 자린 아닌 것 같다”며 “여러분들에게 마이크를 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전국각지에서 모인 청소년들은 미리 준비된 도화지에 희생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내는 편지와,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풀어내었다.
경기도 이천에서 온 김예찬 회원은 세월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톱니바퀴다. 그들이 돌아올 수 없는 길 위에 내렸다. 벌써 세번째 봄이다. 꽃향기가 가득하고 새들은 지저귀는데 그 많은 꽃이 져버린 돌이킬 수 없는 4.16의 아픔을 떠올리면 먹먹할 따름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시계라고 말하겠다. 초침은 분침을 움직이고, 분침은 시침을 움직이며 이 모든 건 시간을 움직인다. 톱니바퀴를 사회구조, 나라의 기둥이라 말하겠다.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야 비로소 제기능을 하며 시곗바늘을 돌린다. 부정부패, 경제 라는 이유를 들며 이 톱니 바퀴가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초침을 분침을 그리고 심침을 멈췄다. 세월호 사망자 295명, 실종자 9명의 시간이 그렇게 멈췄다. 이젠 알아야 한다. 다시는 시간이 멈추지 않게 톱니바퀴 하나씩 곱씹어본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시계를 멈춘다.”
김예찬 회원을 시작으로 각 지역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낸 만민공동회는 햇볕을 가릴 수 있는 가리개 하나 없는 광장에서 진행되었지만 그 누구하나 짜증이나 불평을 하지 않았다. 청소년의 목소리들로 들끓던 광장에 정오가 찾아오고 끊임없이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김제동씨는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들었다. “모두에게 시간을 드리고 싶지만 5분간 마지막 마무리를 해야 한다.”며 조용히 무대 위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여러분들을 위해 뭘 하겠다 감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장애물을 치워놓고 여러분께 방해가 되지 않게만 하겠습니다. 한없이 미안합니다. 우리가 할일은 여러분들과 여러분들의 선배들이 대신해서 해주기에 한없이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밥 잘 먹고 다니십시오 고맙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간단한 도시락 점심을 먹고 청소년YMCA는 각자의 생각이 담긴 도화지와 세월호 바람개비를 들고 벚꽃이 만개한 화량유원지를 둘러쌓다. 그리고 그들의 메세지를 추모객들이 바라볼 수 있도록 들어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이후 안산시민연대와 함께 한 기억식을 함께 보았다. 기억식을 마치고 청소년YMCA는 분향소로 향해, 희생자들 앞에 국화를 헌화했다. 애써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노란버스에서 대전청소년Y회원들은 세월호가 304명에게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아닌 304개의 사건이라는 것을 느끼며 세월호 사건을 그리고 희생자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자는 결의를 다시 한 번 다졌다.
아래는 세월호 3주기 추모식에 다녀온 대전Y 청소년 회원들의 생각 나눔이다.
* 하해신 (아이쿠 동아리)
저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로 저로서 할 수 있는 아무런 일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항상 죄송하고 또 죄송했는데 이렇게 동아리에서 가게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처음엔 막상 가보니 어떻게 하는 거지? 이렇게만 해도 되는 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할 때마다 여기 함께하시는 분들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같은 것을 하고 있어서 안심도 되고 기분이 점점 나아졌습니다. 모두 다 같이 힘들었고 나보다 더 힘든 일을 하고 오신 분들께서 "고생했어요, 수고해요, 잘했다"라고 해주시니까 비록 하루였지만 너무 뿌듯했고 계속 마음에 뭉쳐 있었던 게 좀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시간동안 가만히 있다가 지금 이제야 와서 너무 죄송했고 한명 한명께 인사 못 드린 점도 죄송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무엇이든 적극참여해서 더 관심을 갖고 따뜻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최선을 다하고 이런 일이 절대 없는 따뜻한 세상이 되었음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곳을 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임채영(하랑 동아리)
나는 시험기간이라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 가는 것이 고민되었다. 가기로 결정을 하고도 안산에 가는 동안 신경이 쓰였다. 그렇지만 안산에 도착해서 예배를 드리고 전국의 청소년들의 얘기를 들으며 성인 못지않은 좋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에 놀랐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세월호 참사에 공감하며 슬퍼하는 모습에 내가 추모집회에 오는 것에 대해 고민한 것을 스스로 반성하게 했다. 합동 분향소에 방문하여 묵념을 하고 국화꽃과 함께 놓여 진 물건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고 가족들의 사랑과 슬픔을 느꼈다. 나는 세월호 추모집회에 다녀온 것을 후회하지 않고 정말 뜻 깊은 시간이자 추억이 되었다. 앞으로도 세월호를 기억하며 추모할 것이다.
* 김이경(하랑 동아리)
저는 이번 세월호추모를 하러 안산으로 갔습니다. 김제동과 하는 청소년만민공동회 시간 저 같은 학생들이 일어서서 마이크를 잡고 자기생각을 말했을 때 ‘청소년이라고 해서 생각이 미숙하다’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라고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김제동과 하는 자유토론에서 희생자 분들께 쓴 편지와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적은 도화지를 들고서 분향소를 향하는 길가에서 퍼레이드를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온 것에 대해 감동받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분들 중 거동이 불편하신 분, 노인, 어린아이도 왔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직 많이들 잊지 않고 힘들어도 기억해서 와주셨구나 생각했습니다. 분향소를 가는 길은 발과 마음까지도 무거웠습니다. 영정 사진 중‘아직 바다 속에 있다’라는 글을 보고 너무 슬픈 마음에 눈물이 나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텐데 왜 이 상황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뿐 만아니라 천안함참사처럼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지 않는 나라를 국민들이 모두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홍새암(하랑 동아리)
이번 세월호 3주기 추모식에 다녀왔는데 저는 세월호참사가 일어났던 날이 아직도 가깝게 느껴집니다. 뉴스내용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었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뉴스내용에서는 초반에는 사망자이야기는 없었고 배는 점점 가라않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점차시간이지나자 사망자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작은 사건일 수 있었던 일이 몇 백 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부정부패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인해 여러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해 준 세월호피해자 언니, 오빠 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을 드립니다. 이런 많은 감정들을 세월호 추모식으로 직접적으로 의견을 전할 수 있어서 이제까지 지켜보기만 했던 자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김제동과 함께하는 시간에는 나 이외의 사람들의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분향소를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해 정말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가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었고, 뉴스와 인터넷으로 세월호 희생자수를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분향소에서 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희생 되었구나..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 활동이었습니다.
* 문예원 (아이쿠 동아리)
안산에 처음으로 가서 많은 감정들, 수많은 생각들이 스쳤는데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여겼던 많은 것들이 시간이 흘러 저에겐 큰 아픔이라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안산에 있는 분향소를 들어가서 본 304개의 영정사진들,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언니, 오빠, 선생님 등 미수습자 사진을 보니 마음이 아팠고 나의 일이 아닌 내 주변사람들의 일이 아닌데도 화도 나고 공감되었습니다.
직접 내가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고민하여 쓴 글을 추모하러온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서 있었는데 이 참사를 기억하고 떠올리기 위해 온 사람들이 저와 같은 마음이란 걸 느꼈습니다. 처음엔 ‘지루하다, 덥다’라는 생각만 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직접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어보니 내 자신이 초라해보였습니다.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 라는 말이 자신을 위해서 많은 희생을 남겼는데 원통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시험기간이어도 불구하고 많이 와줘서 고맙고 매년 꼭 추모할 것 입니다. 피곤했지만 뿌듯함과 이로 인해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 이초희(아이쿠 동아리)
3년 전 4월16일 그 날은 정말 가슴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 단지 시험기간이라는 이유로 세월호 추모대회를 가야할지, 가지 말아야 할지, 친구들도 시험기간이니 가지 말라, 세월호는 마음속으로 매일 추모를 해도 된다, 라는 이유로 내적갈등을 했었습니다. 정말 한심했었습니다. 단지 시험기간이라는 이유로 세월호 추모대회를 불참하려고 했건 것이 너무나 비굴하고 한심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내가 정말 이래도 될까 공부한다는 핑계로 그 아픈 과거를 4.16일을 잠시 잊어도 될까 이 어리석은 생각은 정말 절 마음 아프게 했습니다. 그래서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고 세월호 추모식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습니다. 오길 정말 잘했다 조금은 피곤하고 시험공부가 걱정이 되었지만 세월호의 아픔은 저의 걱정을 다 잊게했습니다. 분향소에서는 정말 먹먹하고 눈시울이 붉어졌었습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라는 감히 느끼지 못할 아픔을 짐작해보니 정말 저에게 정말 벅찬 슬픔이였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세월호를 추모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한번 더 세월호를 마음속에 깊숙히 새겨놓게 되었고 한번 더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YMCA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