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의 허와 실을 밝히는 국제세미나가 지난 2월 28일 오후 2시 대전청소년위캔센터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대전YMCA와 대전YWCA, 탈핵교수모임, 반핵의사회,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핵사고와 방재대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미국, 일본, 한국의 핵 정책 전문가들의 강연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강연자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프랭크 반 히펠(Frank von Hippel) 교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다른 모든 선진국들이 실패한 두가지 기술, 곧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액체소듐냉각고속로(SFR)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 핵연료 재처리는 핵폐기물 관리를 위해 추진된다지만 문제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막대한 비용만 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공기, 해양 및 토양으로 방사능을 방출하기 때문에 공기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세계 각국이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지만 실패한 사례들도 제시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 정책은 사용후핵연료를 건식 용기에 저장한 뒤 지하 깊이 방벽으로 설계된 지하 처분장에 처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용후핵연료와 재처리‧고속로 전문가인 강정민 미국 미국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선임연구위원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있어서 파이로프로세싱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미래부는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시스템을 구현할 경우 방사성 독성은 1000분의 1,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면적은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며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방출열(熱)의 핵심 물질인 고독성의 Cs(세슘)-137과 Sr(스트론튬)-90을 분리해 100% 포집해 지상에서 안전하게 200~300년 보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에서는 피복재, 필터, 비용해고체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해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20분의 1로 감축한다는 미래부 주장은 과대 포장됐다”며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에 3조7000억원이 들어간다고 주장하지만 고속로 사용후핵연료 파이로프로세싱 시설 건설과 폐로 비용 등을 포함하면 실제는 10배 가까운 30조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강연에서 일본 핵정책 전문가인 마사히로 타쿠보 전문가는 '몬주에서 아스트리드로, 옛 꿈을 버리기 위한 새 꿈', 원자력안전과미래 한병섭 박사는 '도심 원자력시설 방재'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한편, 연구 당사자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주최 측의 요청에도 이날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아 시민불안감 해소 의지 및 사업추진 투명성에 의문을 남겼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변은 인구밀집 지역으로, 30㎞ 반경 안에는 대전·세종시를 비롯해 충남 계룡·공주·논산·금산, 충북 청주·옥천까지 280만 명의 주민이 사는 곳이다. 따라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핵재처리 실험은 중단돼야 한다. 앞으로도 대전YMCA는 핵재처리 실험 저지와 핵폐기물 처리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