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치개혁 팔걷었다" (::의원 개혁성감시..사안따라 일부 이견도::) 17대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시민단체들의 정치개혁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굿모닝시티 게이트와 현대·SK그룹 비자금 등 잇달아 터진 정치권 비리사건으로 인해 이들의 운동은 꿈틀거림을 넘어 용틀임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000년 4·13총선 당시 ‘바꿔 열풍’을 불러일으킨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 이어 이들의 ‘국회의원 개혁성 정보공개 운동’과 ‘시민정치 교육운동’등은 전례없는 폭발성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봇물 터지는 개혁요구〓시민단체의 정치개혁 운동은 참여연대 중심의 정치개혁연대(개혁연대)와 경실련 중심의 정치개혁국민행동(국민행동) 등 양대 시민단체 연대기구, 한국YMCA전국연맹의 시민정치운동본부(운동본부) 등 세 바퀴로 진행중이다. 각각의 입장에 따라 나뉘긴 했지만 이들의 개혁요구안 내용은 공통점이 많다. 유권자 참여 확대와 정치부패 척결, 정당 민주화 등이 핵심이다. 2000년 총선연대 멤버들이 재결집한 개혁연대는 ‘정치개혁 5대 핵심과제와 26개 종합과제’를 내걸었다. ▲부패척결을 위한 정치자금 수입·지출시 단일계좌 사용과 수표·신용카드 사용 의무화, 100만원 이상 정치자금 수입내역 신고·공개 의무화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연령 18세로 하향 조정 ▲정당민주화를 위한 국민참여형 경선 등 상향식 후보선출 의무화 ▲비례대표 50%, 지역구 30% 여성할당제 등이 주내용이다. 국민행동은 ▲정치자금 실명제 전면 도입 ▲기업 또는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시 이사회 의결 및 주총보고 의무화 ▲지구당위원장과 후보자 분리 ▲상향식 공천 의무화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정치신인 선거운동 보장 등 6개 핵심과제를 내걸었다. 경실련 고계현정책실장은 “수많은 개혁과제 중 가장 시급한 과제만 추려냈다”며 “6개 과제는 17대 총선전까지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국내 최대 시민단체인 YMCA도 ‘20대 정치개혁 과제’를 발표했다. 대부분 개혁연대나 국민행동의 요구와 맞물리며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수를 2:1로 맞출 것 ▲선거범죄에 대한 3회 이상 불출석시 궐석재판 도입 ▲선관위에 계좌추적권 및 금융거래정보요청권 부여 등이 눈에 띈다. ◈감시에서 교육까지〓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기득권 지키기’행태를 보이는 정치권에 수없이 속았던 만큼 이번에는 전략도 치밀하다. 세 조직 모두 국회의원들을 ‘맨투맨 방식’으로 맡아 전방위 압력을 가한다는 구상이다. 개혁연대는 소속 275개 단체가 의원 1명씩을 맡아 감시활동을 벌인다. 정치개혁안 수용에 소극적이거나 이를 거부하는 의원은 명단을 공개하고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광범위한 항의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미 지난 14일 각 당대표 및 서울지역 의원 전담마크맨이 발표됐으며 오는 25일 전체 의원 담당자를 선정, 내달 4일쯤 정치개혁안 거부자 명단과 ‘정치관계법 개정 걸림돌 의원 워스트(worst) 10’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행동도 소속 70여개 단체가 의원 3~4명을 전담하는 맨투맨 운동을 벌여나간다. 국민행동은 이와 함께 이달말쯤 4당 대표들에게 ‘대국민 정치개혁 서약’을 요구하는 한편, 내달초 4당 원내총무 초청 ‘정치개혁 국민 청문회’도 열 계획이다. YMCA는 11월말까지를 ‘국민주권 신장과 정치개혁을 위한 한국YMCA 실천기간’으로 선포하고 오는 20일부터 전국 동시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국 지역별로 ’국민주권 신장과 정치개혁을 위한 청년 실천단’을 조직, 내달초부터는 정치개혁안에 대한 국회의원 청문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핵심 변수, 재신임 정국과 내부 분열〓역대 선거때마다 좌절돼왔던 정치개혁안이 입법으로 이어지기까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은 돌출적인 ‘대통령 재신임 정국’과 고질적인 시민단체의 내부 분열. 특히 재신임 정국을 두고는 시민운동진영 내부에서도 유·불리 전망이 엇갈린다. 개혁연대 이필상 상임공동대표는 “재신임 정국과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가 맞물려 각 당의 개혁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국민행동측의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재신임 국민투표에 가려 정치개혁 운동이 관심을 끌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실장은 “대통령이 국민투표일로 밝힌 12월15일까지 정치권이 재신임 문제에 매달릴 경우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로 대표되는 시민운동 진영의 분열상도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지난 9월8일 시민단체 관계자 1000명의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 촉구 선언’이 양측의 골을 깊게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행동측은 “개혁연대의 얼굴급 인사 중 일부는 정치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며 “이들이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운동의 순수성 차원에서라도 함께 일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YMCA 심상용 시민사업팀장은 “정치권 전체에 맞설 수 있는 시민운동 진영 전체의 총의가 필요하다”면서 “대오 분산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막기 위해 사안별 연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