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YMCA청소년정책연구소 김기돈 소장

몇 개월전 지인과 남해로 여행을 떠났었다. 남해의 절경을 차로 달리면서 바람과 햇빛에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은 최근에 가장 행복한 기억 중에 하나다. 요즈음 남해는 섬과 섬을 다리로 연결된 도로가 많았는데 운전을 하시던 선배가 갑자기 다리 한가운데에서 차를 세우고 나에게 운전을 부탁하였다. 너무 높은 다리에 주변에는 온통 바다밖에 없으니 갑자기 아찔해져서 운전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선배님은 고등학교 수학여행에 가져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후에 ‘고소공포’와 ‘물공포’가 왔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이며, 정신분석학자였던 “융”은 ‘노아의방주’와 같은 대홍수 속에 인류의 심리적 원형, 집단 무의식적 공포가 녹아 있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서 물은 파괴와 정화, 그리고 재생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보통 잔잔한 바다를 보면서,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는 동시에, 끝 모를 심연에 대한 두려움과 거센 파도에 부딪히는 죽음을 상상하는지 모르겠다.

공포증(Phobia)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는데, 아레스는 이 두 아들을 항상 거느리고 다녔다.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바로 이들인데, 그 중에 포보스라는 말은 ‘공포’를 뜻하는 것으로 영어의 ’포비아(phobia)'가 여기서 나온 말이다. 공포증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물을 두려워하는 ‘hydrophobia(공수증),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acrophobia(고소공포증)를 비롯해 청소년기에 많이 나타나는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리는 대인공포증,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무대공포증, 이성 앞에서면 정신의 끊은 높아 버리는 이성공포증, 끝이 뾰족한 것에 대한 선단공포증, 폐쇄공포증 등 그 대상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공포증이 특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공포증에는 그 대상 또는 대상으로 상징되는 사물과 관련하여 과거에 자기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거나 자기 원망의 좌절 등 불쾌한 체험을 가지고 있으며, 다만 이를 평소에 억압함으로써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내가 괜찮으면 다른 사람도 괜찮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누군가는 어느 특정한 상황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은 더 그럴 수 있다. 다행히도 많은 공포증이 바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러한 경험이 누적되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내가 통재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그래~ 그럴 수 있지!’, ‘괜찮아! 파이팅!’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