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 골령골 이야기>"
글/이영석(대전광역시 인권센터 인권기자단)
사진/임재근(통일뉴스 객원기자)
한국전쟁 당시 우리 고장에서 있었던,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이야기>가 필리핀과 영국 그리고 서울, 제주 등을 거쳐 마침내 지난 12월 11일 대전광역시청 3층 대강당에서 대전 시민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상영회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이하여 대전광역시와 대전광역시 인권센터,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가 주최한 인권 영화 상영회로, 두 편의 영화 <허스토리>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이야기>가 각각 오전과 오후에 상영되었다.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이야기> 상영 전에는 정진호 감독, 산내학살사건 유족이자 영화에도 직접 출연한 이계성·전숙자 씨, 임재근 평화통일교육센터 교육연구팀장, 영국인 데이비드 밀러 작가 등이 무대에 올라와 30분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시인이기도 한 전숙자 씨가 해당 사건을 소재로 한 자작시를 낭송하며 객석의 많은 대전 시민과 함께 비통한 심정을 나누기도 하였다.
거친 눈발이 날리는 산내 학살 현장, 덩그러니 놓인 빈 들마루와 그것을 촬영하는 한 남자를 비추며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야기는 한국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개괄적으로 다루는 첫 번째 챕터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구체적인 피해 사례들과 오랜 시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유족들을 비추고, 마지막으로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들과 외부의 다른 시선을 소개하며 막을 내린다.
영화를 통해 이 사건이 우리 지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피해자가 제주, 순천 등 전국적으로 분포한 사건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부당하게 구속되고, 처참하게 학살당한 피해자들의 고통뿐만 아니라, 연좌제라는 전근대적인 악습으로 인해 사상자들의 무고와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입에 담을 수조차 없었던 엄혹한 세월 속 남은 유가족들의 고통도 그들의 입을 통해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의 처음과 끝에서 화면 속에 비치는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최대 7천명의 민간인이 우리 군과 경찰에게 희생당한 장소이다. 이곳에는 아직도 수많은 희생자들의 유해가 그대로 묻혀있고, 하루빨리 발굴되어 편하게 쉴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2020년에는 추모공원도 조성될 예정이나 대다수의 대전 시민이 사건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 하여 다큐멘터리<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이야기>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관심과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촉매제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끝으로 부득이하게 상영회에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을 포함하여, 관람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유튜브 ‘아는 것이 힘이다 팟캐스트’ 채널에 영화가 올라와 있으니 언제든지 검색하여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