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지상과제였던 적이 있었다. 삼국통일 이후 4천년 만에 처음 경험하게 되는 분단이 억울했다. 다른 어떤 시대적 가치보다 통일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고, 통일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세계사에서 가장 불편한 진실이었던 ‘독일과 한반도의 분단’이 베르린 장벽 붕괴로 이어지면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지대가 되버린 한반도는 ‘세계 열강의 헤게모니’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이 부딪히는 분쟁지역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우리끼리 해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87년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의 바람은 통일의 바람으로 이어졌고 통일이 꽃 임수경, 남·북 이산가족 만남,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불안을 키우기도 했지만 시간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를 꿈꾸게 했다. 하지만 북한 독제정권에 대한 고립주의적 세계정치의 흐름과 준비되지 않는 통일이라는 우리 내부의 불안은 남북관계를 30년 전으로 돌려놓고 있다. ‘북핵과 사드’, 한중수교 이래 최악의 한중관계, 트럼프, 아베, 푸틴과 같은 파시스트들의 국수주의 국가경영 의지는 한반도의 긴장을 점점 더 키우고 있는데 과연 한반도에 평화가 올 수 있을까?
지난 6월 30일에 대전·충남인권연대, 대전시민아카데미와 함께 공동주간으로 준비했던 대전YMCA의 ‘창립 70주년 평화통일 강연회’는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10년만의 정권교체로 남·북관계의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한반도에 ‘생명·평화의 바람’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던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는 이날 강연회에서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를 김정은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 김정은의 미사일은 어디를 향하는 것인가? 그의 생각은 북한 정권은 핵미사일을 체제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북미간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체결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킬 때 자연스럽게 해결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사드’배치는 단순히 한반도에 국한된 북한과의 갈등만이 아니라 세계정세의 흐름과 같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과 중국 간의 센카쿠 열도 갈등, 일본과 러시아의 영토분쟁, 중국과 대만 등등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당사국들 간의 복잡한 문제들의 부딪힐 수 있는 가장 첨예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의 남침에 대한 대비라는 단순한 셈법으로는 한반도의 ‘사드’배치에 대한 주변국들이 이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출범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질서가 남·북의 평화를 이끌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남·북이 먼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로 신뢰하는 과정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